모든 부모는 자신의 아이에게 크고 작은 아픔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아픔은 가족이 아닌 그 누구도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에 잘못을 저지르는 부모는 남몰래 가슴 아파합니다. 부모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손이 나가기도 하지만, 그 입술과 그 손 때문에 잠든 아이를 보며 한없이 미안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부모입니다. 다음에는 잘 해야지 마음먹지만 변하지 않는 아이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다시 반복합니다. 마음의 상처란 그렇게 반복되는 아픔이 자리 잡게 될 때 생겨나고, 나이가 들어서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보다보면 아이에게 반복해서 상처를 주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찾아오는 부모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 부모가 저렇게 힘드니 아이에게 화가 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다만 그것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치료를 받으러 찾아오는 부모는 이미 절반은 아이와 화해를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걱정이 한시름 놓일 뿐입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위원으로 일을 하면서 여러 사례들을 만났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 관계에 대한 궁핍이 있는 아이가 집에서 지속되는 폭력으로 인해 학교에서도 폭력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아이, 인지적으로 부족한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부모 감정의 분출구로만 여겨져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는 아이, 여러 차례 신고가 되어 왔지만 부모와 아이 모두 해결책을 몰라 그저 반복된 학대와 방임에 놓여있는 가정. 듣다보면 어떻게 이런 가정이 있을까 가슴이 미어지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자식을 낳아야 부모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을 옛적부터 많이 해왔습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쉽지만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입니다.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어려운 지 이미 우리 부모 세대들은 경험을 해왔던 것입니다. 부모 역할에 대해서 따로 배운 적도 없고 시험을 통해 자격을 받는 것도 아니니, 그저 우리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그대로 따라하게 됩니다. 화를 내고 관계가 좋지 않았던 부모에게서 자라면 나도 몰래 그 관계를 내 아이에게도 반복을 합니다. 어찌보면 상처 또한 대물림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아이가 부모를 화내게 하지요. 하지만 아이는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미리 헤아릴 수 있어야 아이와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게 됩니다. 이는 공감의 문제입니다.
부모 역할은 아동기 발달 동안 특히 중요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어렸을 때 형성된 성격이나 가치관은 성인기가 되어서 바꾸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려서 어른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면 아무리 나에게 호의적이고 관대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일지라도 긴장을 먼저하고 두려움이 나도 모르게 앞서게 됩니다. 폭력적인 부모에게서 자라면 감정을, 특히 그 중에서 화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을 익히지 못하게 되니, 학생 시절부터 충동적이고 난폭한 행동이 나타납니다. 무의식 속에 굳어버린 부모에 대한 관계가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되면서 인간관계를 만들게 되니 어려서의 부모 역할이 그만큼이나 아이의 인생에 중요합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잘 도와주어야 합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 할 때 어미닭이 밖에서 같은 부분을 쪼아주는 줄탁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처럼 양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공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아이가 무얼 원하고 있는지. 아이는 아직 정서적으로나 지적으로 유약하기 때문에 어른의 반응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아이가 바르게 커야하기 때문에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보다는 올바른 행동을 하게 억지로 강요합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필요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이가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으로 남게 만들어버립니다. 강요가 지나쳐 폭력까지 이어지면 세상에 대한 불신이 생기겠지요.
공감은 사랑받고 있다는 정서를 심어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가치관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줍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변화하길 바란다면 이전보다 더욱 공감을 하려고 노력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건강한 성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아픔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상처는 커서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버립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가뭄을 이겨내고 추운 겨울을 견디어내는 것처럼 아동기 때의 충분한 공감을 받은 아이들이 커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이 몸에 베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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