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철수씨는 바쁜 일상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는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중이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휴대폰으로 그 날의 뉴스거리를 읽느라 초록 신호로 바뀐 지도 모르고 있다가 깜박이는 신호에 다급히 길을 건넜습니다. 그 때, 교차로를 돌아 나오던 버스에 하마터면 치일 뻔 했습니다. 김철수씨는 무척 놀라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리고, 갑자기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부들거리며 현기증이 난 듯 어지러웠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 버스에 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몸에 한기가 느껴지며 식은 땀까지 흘렀습니다. 집에 돌아온 이후로도 그 불안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부터 김철수씨는 횡단보도에 서면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했습니다. 지나가는 차들이 마치 자신에게 달려드는 느낌이 들면서 식은 땀이 흐르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버스에 치일 뻔한 일이 마치 지금 일어난 것처럼 불안했습니다. 그러한 불안을1년이 지난 지금도 심하지 않게 가끔 경험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는 아닙니다.
김철수씨와 같은‘불안’을 유발하는 사건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입니다. 불안은 위험이라는 상황을 인지하고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 땀이 나고, 손발의 근력이 떨어지며, 어지러운 증상과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들을 유발합니다. 불안은 도로 위의 빨간 신호등처럼 우리에게 위험을 미리 경고하는 신호와 같습니다. 정상적으로 불안을 느끼고 미리 안 좋은 결과들을 예측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후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준비하게 해주는 경보기와 같은 역할을 해 줍니다. 그러한 불안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상황이 끝나거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사라져버립니다. 즉, 불안은 마치 비구름에 소나기가 내리고 난 뒤 맑게 개인 하늘을 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불안이 우리에게 좋은 결과만 주지 않습니다. 때때로 그럴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심한 불안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터질듯한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이대로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은 심한 불안을 느끼며 당장 내려야 할 정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기 위해 의자에 앉아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에도 심한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밀려올 정도로 불안이 심하기 때문에 점차 그와 비슷한 상황들을 피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생활이 제한이 되면서 일상 중 항상‘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건강한 불안이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심한 불안입니다.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과 함께 심한 심계항진, 발한, 호흡곤란, 어지러움, 오심과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불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워낙 고통스러운 불안 증상이기 때문에 한 번의 공황발작을 겪은 이후에는 또 이러한 불안이 찾아오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 하게 되는 ‘예기 불안’이 생겨납니다. 어떤 경우는 비행기 공포증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비행기나 엘리베이터 등 특정 상황에서 공황발작이 나타나 당장 벗어나야 할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일상 생활에 제한이 생기고 심해지면 집에서 가까운 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면 광장공포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은 함께 동반하여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일종입니다.
불안은 정상이지만, 이처럼 일상의 고통을 유발할 정도의 지속적인 불안이 있을 때에는 불안장애가 아닌지 확인해야만 합니다. 불안이 너무 오래된다면 마치 성격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치료를 통해 불안이 사라진다면 그 동안 견뎌왔던 불안의 무게가 이처럼 무거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불안장애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통해 충분히 치료가 잘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은 정상입니다. 그러나 오래된 불안은 성격이 아니라 혹시 병이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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