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는 속담이 있다. 깊게 보면 가까운 일은 먼 데 일보다 더 모를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만, 이는 숨은 뜻을 헤아려보지 않더라도 흔히 ‘건망증’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속담 표현 자체만으로도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휴대폰을 가방 안에 넣어두고서 어디에 둔지 모르고 당황한 채 찾는다거나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잊는다거나 같이 사는 가족의 생일을 깜박하고 핀잔을 듣는 일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들이다. 사소한 건망증으로도 당황하는데 하물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건망증은 혹시 내가 치매는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심각할 때가 있다. 근래에 들어 치매와 관련된 정보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이러다가 치매가 올지 모른다는 걱정이 고령의 노인에게 뿐만 아니라 이제 마흔을 넘긴 청장년에게도 늘어난 고민거리다.

치매란 일상생활을 와해시킬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인지적 기능의 감퇴를 말한다. 이는 사람들의 기억뿐만 아니라 얼마나 잘 판단하고 생활할 수 있는지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치매는 기억 상실과 함께 성격의 변화와 같은 일련의 증상들로 나타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전과 달리 성격이 과하게 변하는 경우 기억력 검사를 해보면 심한 기억력 감퇴가 동반되어 있는 때가 흔히 발견된다. 한편으로,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사람의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치매로 오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런 은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은 슬픔에 차고 걱정이 많아진다. 이러한 삶의 변화를 극복할 때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일수록 기억력이 두드러지게 나빠진다. 이 때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찾는다면 기억력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흔히 시간개념이 깨진다. 대부분 올해가 몇 년도인지부터 혼동이 온다. 점차 악화되면서 장소와 사람에 대한 혼동이 온다. 익숙한 곳을 가는데도 길 찾는데 헤매거나 종종 만나던 사람의 얼굴이나 이름을 헷갈린다. 대화 중 의미는 알지만 입 밖으로 단어가 나오질 않아 말문이 막히는 경험들도 많다. 치매가 악화되면서 더욱 증상은 두드러져 주위 사람들도 인식을 하게 된다. 누군가 물건을 훔쳐간다며 의심을 하는 망상이 보이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의 변화가 보인다면 시급히 치료를 찾아야 하는 때이다. 치매가 중증에 이르렀을 때에는 가족이 하루 종일 간병을 해야 할 정도로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하거나 약을 복용하는 때에도 곁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생활이 불가능해질 수가 있다.

현대 의학은 특히 치매의 가장 많은 형태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 원인 규명을 위해 수많은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이미 많은 임상시험들이 진행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탁월한 치료제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완치가 아니라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약물 치료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빠른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국가에서는 ‘치매 국가책임제’로써 많은 정책을 펼 준비 중에 있다. 예전부터 이미 서귀포시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치매 관련 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를 통해 여러 치매 예방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치매안심센터가 관내에 설치되어 국가차원의 치매 예방 및 관리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고통을 가져오는 슬픈 질환이다. 사소한 건망증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신호로써 조기 진단을 위해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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